CSR과 CSV

CRS(Coporate Social Responsibl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반면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공유가치창출'이라고 한다. 둘 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루는 용어지만 접근 방식은 크게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면 사회가 바람직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에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은 각자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소비자의 편리함을 위해 행한 일이 환경을 훼손할 수도 있고, 소비자를 위해 제공한 과도한 영양 공급으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게 된다. 사람을 위해 만든 휴지나 가구는 자연을 훼손하고 사람이 입는 가죽이나 모피는 동물의 희생을 전제한다. 또한, 편리한 간편식들은 인간의 건강에 적신호를 보낸다.

모든 기업은 사회 속에서 활동하여 이익을 창출하게 되므로 그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되면 개인이나 몇몇 주주의 소유물이기 전에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국가나 지역사회로부터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 이런 관점에는 기업은 경제적 책임, 법률적 책임, 윤리적 책임과 같은 소극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역할에 해당하는 사회봉사, 사회공헌활동, 교육 문화사업, 기부사업 등의 활동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이라고 한다.

CSR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이라 기업의 본업이 될 수 없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CSR 활동을 하는 것은 착한 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CSR 활동만으로는 점점 거대해지고 권력화되어 가는 기업의 이면에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타난 개념이 마이클 포터 교수의 CSV 개념이다.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공유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이다. 공유 가치가 뭘까? 앞에서 보듯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회는 공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자는 게 공유가치다. 즉 기업이 이익 창출에 전념하여 주주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연결된다는 의미다.

CSV는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가 곧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사회적 공익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의 CSV 활동은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더 많이 할수록 회사의 이익이 증가한다.

어떤 은행에서 직원들의 자원을 받아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앞의 CSR 활동이다. 이 경우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본업인 비즈니스가 아니고 이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회사 이익은 줄게 된다.

CSV 활동은 그 기업의 본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이나 사회 공익 창출과 연결되어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의 예를 들어 보자. 방글라데시에는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민층들이 있다.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축을 기르거나 옷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조그만 투자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평생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지켜보고 설립한 은행이 그라민은행이다. 이 은행은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담보나 보증인 없이 소규모 자금을 대출해 준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마이크로크레딧(미소금융)이다.

그라민은행 총재 하마드 유누스는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창출하여 성공하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그라민은행의 사업이 잘 될수록 방글라데시의 가난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기업의 가치와 사회의 공공가치를 공유한 공유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인 것이다. 이것이 CSV, 공유가치 창출이다.

이처럼, CSR에서 CSV로 발전해 가는 것은 기업이 이제 더 이상 사회의 공익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사회적 문제 해결과 함께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마드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여 국제 표준화기구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 ISO26000을 제정하여, 기업뿐 아니라 여러 사회조직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책임져야 할 사회적 요건들을 제시하였는데, 핵심 주제는 지배구조 개선,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이다.